한 20여년전 택시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전유성씨가 나왔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밖을 다니기 힘든 날씨였는데,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전유성씨가 말씀하시길...


진행자: 전유성씨, 더운데 어떻게 지내세요?

전유성: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진행자: 00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것이 고구마인데, 전유성씨도 고구마 많이 드세요?

전유성: 아! 요즘은 군고구마 많이 먹습니다.

진행자: 아니! 이렇게 더운데 군고구마를 드시나요?

전유성: 그게 아니라 요즘 고구마를 캐면 군고구마가 달려 나와서 그걸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이게 뭔말인지 잘 모르겠지요?

그날 택시 기사와 저는 매우 덥다는 날씨를 군고구마에 비유한

전유성씨의 위트있는 개그에 엄청 많이 웃었습니다.

개그계의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 그가 경북 청도군에 내려가 코미디를 개척하고, 나중에 철가방 극장도 개관하였습니다.

도대체 왜 서울에 있지 않고, 저런 오지까지 가서 생고생을 할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갈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2011년 개관한 철가방극장은 지난 7년간 약 20여만명이나 다녀갔다고 합니다.

인구가 겨우 몇 만명밖에 되지 않는 내륙 오지 마을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다녀간 것은 

전유성 씨의 공이 지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미디 1번지가 된 청도군...

그런데 10월 12일 막이 오르는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코아페)에서는 전유성 씨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3년간 전유성씨가 코아페 조직위원장을 맡아 이끌어 왔는데,

올해는 아무런 상의 없이 전유성 씨를 배제하여

"속상함을 넘어 모욕감을 느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청도군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축제 담당자를 바꾸고,

전유성씨에게 고문을 맡아 달라고 했으나,

한번 마음에 상처난 전유성씨가 다시 청도군으로 돌아올 지는 미지수입니다.


텔레비전에서 개그맨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웃을 일이 적어지고 있는데,

유능한 개그맨을 배제한 청도군의 행정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전유성을 바라보고 거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개그맨들이 서울에서 330km나 떨어진

청도군까지 달려왔는데, 이제는 어떤 개그맨이 청도군으로 오려고 할지 걱정됩니다.


직원 중에 청도 출신이 있어 직원 여행을 가서

소싸움도 구경하고, 철가방 극장에서 웃음도 얻고 삶의 활력소도 얻었었는데....


전유성 씨가 혹시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청도군이 너그럽게 용서하면 되고,

전유성 씨가 잘못이 없다면 청도군은 지리산으로 달려가 손이 발이 되도록 사죄하여,

지역의 축제를 더욱 발전시켰으면 좋겠습니다.


화천에서 문화 부흥에 이바지한 이외수 작가도 청도군의 처사에 트위터에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는 속담은 이럴 때 써먹으라고 생긴 거 아닐까요?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공무원을 쫓아내지 않고 지역 발전에 기여한 문화예술인을 쫓아내다니 도둑놈이 몽둥이를 들고 주인을 패는 격"이라고 동병상련의 글을 올렸습니다.



+ Recent posts